무제



나는 평소처럼 학교에 가기 위해서 교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었다.
음식은 어머니가 해주신 것인데 평소와는 다르게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느껴졌다. 음식 맛 자체에 이상은 없었지만 뭔가 꺼림칙해서 먹지를 않았더니 어머니에게 핀잔을 들었다.

집을 나서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도로는 승용차들로 혼잡했고, 눈뜰수 없이 나오는 배기가스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었다.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정거장에 도착했으나 나는 그 버스를 탈 수 없었다.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이기도 했지만 꽉 차다 못해 창문에 삐져나온 사람들의 머리나 다리 등 신체 일부를 봐서 기분이 나빠져서이기도 했다. 그것과 함께 간간히 들리는 욕설과 비명은 도시의 무거운 공기를 더욱 텁텁하게 하는 것 같았다.난 학교에 늦을 각오를 하고 차라리 걸어가기로 했다.

보도는 울퉁불퉁했다. 나는 보도에 가지런히 박혀있는 벽돌에 발을 맞추어 걷기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그렇게 걸으면 재수가 좋을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길거리의 담배꽁초나 사람들의 침,쓰레기 등이 간간히 내 발에 밟혔다.

오늘따라 기분이 이상했다. 뭔가 아침부터 잘못되었다는 느낌. 정말 무슨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거리의 현란한 광고간판을 보기 싫어 땅만 보고 걷고 있었다.그때 나는 폭발음을 들었다.앞을 바라보았다.

내가 타려던 버스가 폭파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여기저기 퍼진 선혈, 뭉친 내장,떨어져 나간 신체의 일부분 등이 거리를 어지럽게 날았다. 내 발 앞으로 굴러온 안구를 응시했다.

나는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비명을 지르며 도망갈까, 아니면 무시하고 그냥 걸을까, 아니면 어딘가로 피해서 신고를 할까- 어쨌든 이 사건이 학교에 늦은 핑곗거리는 될 것이다.

죽은 사람들에게는 안됐지만.

아무 생각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학교에 도착해 있었다. 난 2층에 위치하고 있는 교실로 가기 위해 힘겹게 계단으로 발을 올렸다. 간간히 스쳐 지나가는 다른 반 교실의 창가에 보이는 , 무거운 분위기로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봤다. 한 곳에 40명씩 몰려서 공부를 하는 모습이 꼭 풍뎅이들의 무리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교실 입구 앞에서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었다. 반 아이들의 시선과 선생님의 시선이 내게 집중되었다. "죄송합니다. 오는길에 사고가 나서 늦었습니다"

선생님은 아무말도 않고 자리에 가서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분명히 벌을 주거나 무슨 사고가 나서 늦었냐며 꼬치꼬치 캐 물을 텐데. 나도 버스 폭발 사건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했다.

반 분위기는 어둡고 음침했다. 함부로 떠들 분위기가 아니었다. 흡사 사자(死者)가 시체들을 응시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 그 사자는 선생님일지도. 그는 공부를 가르치지도 않고 조용히 학생들을 보고 있었다. 더욱 이상한건 학생들의 태도인데 그날따라 왠지 엎드리고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혹시 누가 돈을 훔쳐서 범인 가려내기라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런 분위기인 것 같아서 나도 책상에 몸을 묻었다.

선생님이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자 그럼..일단 제가 시범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장을 잘 끄집어내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내장을 끄집어내? 나는 선생님이 무슨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그는 아주 큰 칼 (형태는 수술용 메스 모양이었다)을 집어 들더니 자신의 배를 갈랐다. 붉은 선혈이 꾸역꾸역 나오면서 금방 바닥이 빨갛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지금 뭐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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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2 글 발췌.


 

댓글 2개:

익명 :

소설가가 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익명 :

아.. 표현잘하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권력을 가진 남이 망친...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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